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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2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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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번호 | 2023-01 |
저자(책임) | 임정택 |
저자(공동) |
다문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민족정체성 연구는 공통적으로 이주배경의 소수집단이 주류사회로 편입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문화변용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베리(Berry, 2003)의 문화변용 모델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경험연구에서는 민족적 소수집단이 그들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주류사회와 적극적으로 교류할 때 최상의 적응결과로 이어진다고 보고한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북-남 국제이주와 이민자들의 초국가적 활동은 전통적인 이민수용국들을 중심으로 논의된 문화변용 모델에도 재고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특히 선진국의 경제성장률 둔화와 고용불안정성이 배출요인이 되어 개발도상국에서 경제적 활로를 찾고자 하는 이민자들과 그 자녀들을 중심으로 사회 편입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베트남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11명의 한국-베트남 가정 자녀와 7명의 부모에 대한 심층면접을 통해 한-베 가정 청소년의 민족정체성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또한, 이들의 정체성 유형을 통합형, 동화형, 분리형, 주변화형으로 구분하고, 생태학적 접근에 따라 베트남 사회에서 다문화 청소년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개인적·맥락적 요인들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참여자의 과반수는 비록 베트남에 살고 있지만 한국인과 더 거리가 가까운 분리형 정체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의 한-베 가정 자녀들은 학교와 지역사회 등 현지의 사회적 맥락에서 한국인들과 공유하는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며, 이러한 경험의 폭은 언어습관과 사회경제적 지위와 같은 개인적 요인이 맥락적 요인과 상호작용함에 따라 결정된다. 이러한 결과는 전통적인 문화변용적 접근이 북-남 국제이주의 사례에 적용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오늘날 전례 없이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이민자들의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는 생태학적 접근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